자녀 경제교육(① 금융에 관심을 가지게 하다)
- 경제공부
- 2018. 12. 20. 00:43
초등학교 조카의 꿈은 ‘건물주’가 되는 것입니다. 뭔가 이질감과 함께 밀려오는 씁쓸함은 저만 느끼는 걸까요?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장래희망이 과학자나 선생님 등이 많았는데 말이죠.
하지만 조카는 정작 건물을 살 정도의 자산을 모으는 방법이나 계획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편하게 ‘큰돈’을 벌겠다는 환상만 있을 뿐이죠.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아이 경제교육, 그 중에서도 금융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려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금융교육의 문제점은 그 중요성에 비해 정규 학교과정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선진국들이 아동, 청소년기를 올바른 금융지식과 태도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과 대조됩니다. 영국은 11~16세 학생들에게 경제 및 금융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킵니다. 금융상품과 서비스, 소득 및 지출, 세금과 재정, 신용과 부채 등을 배웁니다. 미국 17개 주는 금융과목을 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저축하고 소비하는 것뿐 아니라 어떻게 투자하고 기부하는지 등에 대해 토론하고 체득합니다.
한국 부모님들의 대표적인 금융교육이라고 할 만한 것은 “옆집이 주식하다 망했다더라. 절대 주식하지 마라.”, “보증 서지마라.” “부동산이 답이다.” 정도일 겁니다. 2017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29세 이하 금융이해력 점수가 62점이 나왔다고 합니다. OECD가 정한 최소 목표점수인 66.7점에도, 다른 연령대의 평균점수인 66.2점에도 못 미칩니다. 문제는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가난은 함께 대물림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자식에게 금융을 알게 할 까요? 자식 금융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금융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스스로 알아보게 하는 것’일 겁니다. 말을 호수가에 데려가도 물을 마시는 것은 말이 정하는 것이니까요.
1. 투자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다.
왜 주식하면 망한다고만 할까요. 결국 주식 투자를 투기로 한 사람들의 안 좋은 예만 보기 때문일 겁니다. 만약 제가 태어난 1982년에 저희 부모님이 삼성전자 주식을 30만원어치 사셨다면 지금쯤 얼마가 되었을까요? 당시 1주에 500원이었고 총 600주를 살 수 있었습니다. 이후 주식이 병합되어 1주에 5000원, 60주가 됩니다. 1988년 이후 매년 무상증자와 주식배당 등으로 주식수는 2018년에 약 134주로 늡니다. 주식 분할을 결정한 2018년 1월 기준 1주에 약 250만원 정도 했으니, 1982년 30만원에 샀던 주식은 2018년에 3억3천5백만원이 되었습니다.(타임머신 어디 없나요?)
주식도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워렌버핏 같은 슈퍼개미가 존재합니다. 그 분들의 공통점은 가치 투자와 자기 공부로 주변의 끊임없는 유혹에 굴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자녀들에게 주식투자를 배우게 한다면, 흔히 실패를 면치 못하는 ‘카더라 통신’에 의한 투자나 ‘묻지마 투자’, ‘테마 투자’에 대한 사례를 통해 위험성을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사례가 진짜 많으니까요)
현재의 인구구조나 산업구조를 통해 향후 유망한 산업을 예상하고 그 분야에 선두주자나 잠재력있는 후발주자를 찾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기 때문에 수많은 노인 인구가 생겨날 것입니다. 그래서 헬스케어, 바이오 산업이 뜨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 중에 임플란트 시술처럼 꼭 소비할 수 밖에 없으면서도 매출액이 상당한 업종에 투자하면 결코 실패할 수 없을 겁니다.
결국 투자에 대한 흥미는 지금 소비하지 않고 아낀 자산이 시간이 지나 더 늘어난다는 매력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도 맥락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나이 어린 아이가 주식이니 펀드니 하는 개념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대신 과자를 사주면서 “이 과자가 잘 팔리면 너의 주식이 오른다.”, “오늘 사준 아이스크림은 주식 배당금으로 사준거다.” 라고 아이 눈높이에서 이야기해줍니다. 또다른 방법으로, 제가 아는 지인은 ‘아빠 은행 통장’이라는 것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제시합니다. 아이가 자기의 용돈에서 얼마를 아빠 은행 통장에 ‘투자’하면 월 5% 정도의 이자를 아빠가 매달 더 입금해 주는 겁니다. 불어난 이자를 아이에게 보여주면 아이의 반응이 어떨까요? 투자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될 것이고, 투자를 위해 스스로 절약도 할 것입니다.
주식 외에도 다양한 투자 방법들을 고민하고 함께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단순 저축상품과 절세상품, 각종 펀드와 채권은 물론이고, 부동산 경매를 진행하는 법원에 견학 데려가는 것도 좋습니다. 비상장 주식도 있고, 앞으로 가치가 더 올라갈 광물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최근엔 음원 저작권에 투자하는 방법(뮤직코인)도 있고, 아직 유명하지 않지만 잠재성 있는 화가의 그림을 싼 가격에 소장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트코인도 있죠.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2. 세금, 종자돈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다.
내가 평생 번 돈인데 이상하게 자식이 내는 세금이 있습니다. 상속세와 증여세입니다. 어쨌든 부모님이 자산가가 아니라면, 평범한 일반인이 상속세를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증여세는 좀 고민이 필요하죠. 어마한 돈은 아니지만 우리가 남긴 돈이 자식에게 넘어가면서 세금을 내야 하니까요. 근데 이 돈이 세금없이 증여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녀의 나이에 따라 분할 증여하는 것인데요. 현명한 부모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이것을 고민하고 준비합니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총 1억 4천만원을 세금없이 증여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국세청 신고 건별 평균 증여재산은 1억8200만원이었습니다. 당연 대부분이 세금을 냈겠죠. 증여세는 세율도 센 편입니다. 한편, 증여분할로 자녀는 자기 명의의 재산이 얼마 있고 이것이 절세를 위한 부모의 배려라는 것을 알고 자랍니다. 자연스럽게 절세에 대한 관심이 생기겠죠.
미성년자 자녀도 일반 은행계좌나 주식계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산업과 회사를 조사하고 관련 주식을 자녀 명의로 사주는 것입니다. 물론 향후 상승할 주가에 대비하여 미리 증여 신고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이 돈은 우리 자녀에게 훌륭한 종자돈이 됩니다.
세계의 경제를 주무르고 있는 유태인들은 특이한 전통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가 13세가 되면 치르는 ‘바르미츠바’라는 고유의 성인식입니다. 이때 친지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결혼 축의금 내듯이 축의금을 걷어 주는데요. 성인이 된 당사자에게 유대교 경전인 토라와 시계를 이 축의금과 함께 전달합니다. 그 액수는 평균 5천만원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는 이 돈을 어떻게 할지 부모와 의논하게 되고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되겠죠.(유태인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처럼 중2병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유태인들이 세계 금융을 주무르는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한편,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그동안 투자를 통해 돈이 2배 정도가 되는데, 이 돈으로 자기 사업을 하거나 대학 학자금으로 사용합니다. 사회진출하고도 학자금 대출로 가난의 늪에 빠지는 우리 아이들과는 시작부터 다르죠.(오바마 대통령도 학자금 대출 때문에 고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도 분할 증여와 주식투자로 우리아이에게 유태인들 같은 종자돈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증여냐고요? 10년에 2천만원입니다. 1달에 약 15만원이고, 하루 1갑 피는 담뱃값과 동일합니다.(시가렛 & 라떼효과)
3. 현명한 소비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다.
현명한 소비를 교육하기 위해 용돈 기입장 쓰기는 기본입니다. 기입과 결산만 착실히 한다면, 수입과 지출을 통해 자기의 경제 패턴을 복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용돈기입장 앱들도 많이 있습니다. 잘 작성하면 인센티브(추가 용돈)를 아이에게 주어 동기부여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념일에 아이에게 선물을 바로 사주는 것보다는 주어진 예산으로 사고 싶은 것을 스스로 고르도록 유도해 봅니다. 이거 사줘 저거 사줘 했던 아이가 고민하며 사는 모습을 볼 것입니다. 소비를 통한 기회비용을 체험케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인의 사례로, 아이가 하도 선택을 못하길래 빨리 고르라고 재촉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내 돈인데 왜 아빠가 뭐라고 하냐고 화냈답니다.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 봅니다. 어떤 분은 한때 인라인 스케이트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했을 때, 아이에게 중고로 사주고 절약한 돈을 아이에게 용돈으로 주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새것이 아니라 실망했지만 받은 용돈으로 갖고 싶은 걸 추가로 살 수 있어 더 좋아했다고 합니다.
4. 기부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다.
경제의 본말은 경세제민(經世濟民)입니다. 세상을 가꾸어 국민을 구제한다는 의미입니다. 내 아이가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경제교육의 최종목표는 아닐 것입니다. 베푸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게 하여 마음까지도 부자가 되는 체험을 함께 해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결국 본보기는 부모입니다. 부모가 평소 경제신문을 읽고 내용을 아이와 토론하고 가정의 제테크를 고민한다면 자식들은 그대로 따라올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자녀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믿어주어, 스스로 시도해 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유년시절, 그의 담임 선생님은 그를 지적능력이 떨어져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아인슈타인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천재성을 의심하지 않고 “넌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네가 남들과 다르니 남들과 똑같이 되지 않을 거야. “라고 했답니다.
물론 지금까지 쓴 글은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자식교육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같이 해나가는 것만으로 훌륭한 교육이 될 듯 합니다. 이제 글이 마무리 되었으니 우리 조카들에게도 금융에 대해 알려줘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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