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경제교육(② 7억 5,000만원짜리 조언)

자식교육에 대한 고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듯 합니다. 우리가 그러하듯, 과거 우리 조상들도 자식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까 노심초사 했으니까요.

우선 75천만원짜리 경제적 조언을 듣기위해 다산 정약용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신유박해(조선시대 천주교 탄압 사건) 때 천주교에 연루되어 39살의 나이로 전라도 강진으로 유배를 갑니다. 정약용은 유배기간 18년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도 서신을 통해 21녀의 자식 교육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부인 홍씨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 혼인 때 입었던 다홍치마를 소포로 보냅니다. 다산은 이 치마를 잘라 비단책을 만들고 자식들에게 남길 교훈을 적어 남깁니다. 이 책의 이름은 하피첩(霞被帖)으로 붉은 노을빛 치마로 만든 책이라는 뜻입니다. 어머니의 소중한 비단옷에 아버지가 남기는 유훈은 그야말로 위대한 유산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후손들이 보관해오다 6.25전쟁 당시 잃어버리면서 오랫동안 전해져 오지 않았습니다.



2005년 수원의 한 건물 인테리어업을 하던 중년 남성이 마당에 폐품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파지를 모으는 할머니가 그 폐품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그 사람의 눈에 수레에 있던 오래된 책이 보였고, 결국 파지와 그 책을 교환합니다. 이후 2006년 이 책을 KBS 진품명품에 감정을 의뢰합니다.(책 주인은 15만원을 제시합니다.) 당시 김영복 감정위원은 그 책을 보는 순간 손이 덜덜 떨렸다고 합니다.(이게 문헌으로만 남아있던 하피첩이라니!) 그리고 감정가는 1억원이 나옵니다.

이후 김민영 전 부산처축은행장이 이 책을 개인적으로 사들였고, 2010년에 국가에서 보물 1683-2호로 지정됩니다. 그러나 2011년 은행의 파산으로 책이 예금보험공사로 압류되었고, 20159월 서울옥션 경매로 넘어갑니다. 이에 국립민속박물관이 75000만원에 낙찰 받아 지금까지 소중하게 소장하고 있습니다.



왜 하피첩 이야기를 하냐고요? 바로 이 책 안에 경제교육의 가장 기초가 되는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약용은 풍비박산난 자신의 집안에서 자식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것을 걱정했던 겁니다. 그래서 그는 이 책에 이런 내용을 남깁니다.


너희에게 물려줄 전답은 없으나 평생을 살아가는데 재물보다 소중한 두 글자를 주겠다. 하나는 (, 부지런함)이요, 또 하나는 (, 검소함)이다.”

 

75천만원짜리 책에 적혀 있는 경제교육의 조언은 바로 근검입니다. 초등학교 급훈에나 적혀 있을 법한 흔한 이 두 글자가 우리 경제생활의 가장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을 부지런히 하여 열심히 돈을 벌고, 현명한 소비와 절약을 몸에 익혀 여유자금을 남기면(근검), 훗날 기회가 왔을 때 유용할 수 있는 소중한 종자돈(seed money)이 생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종자돈을 모을 때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 하나를 제시하겠습니다.

쓰고 남은 돈을 모으지 말고, 모으고 남은 돈을 쓰자.

저의 웃픈 실패 경험에서 깨달은 교훈입니다. 그냥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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